[기사재보강 : 18일 오후 1시 14분] 전여옥 국민생각 의원의 밀리언셀러 저서인 <일본은 없다>가 표절이었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18일 전 의원이 자신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보도한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현 대표)씨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등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 의원은 지인 유재순씨가 르포작가로 활동하면서 일본사회의 문제점에 관한 책을 출간할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전해들은 취재내용과 소재,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이를 인용해 책을 저술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표절 판정'을 내렸다.
이는 유재순씨가 지난 2004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 의원은) 저한테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고 자료와 취재기, 원고를 가져다가 책을 냈다"고 주장한 것과 동일하다.
또한 재판부는 "언론이 수사적으로 과정해 표현한 것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보다 넓게 용인돼야 한다"며 "이번 언론보도도 비판적인 의견을 수사적으로 과장한 것일 뿐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하거나 한계를 일탈해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오마이뉴스> 보도의 정당성도 인정했다.
일본에서 르포작가로 활동해온 유씨는 지난 2004년 6월 <오마이뉴스>와 한 일본 현지 인터뷰에서 "<일본은 없다> 71꼭지 중 29꼭지가 내가 쓴 것을 도용했다"고 <일본의 없다>의 표절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에 전 의원은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인 지난 2004년 8월 유재순씨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정운현 편집국장, 박철현 <오마이뉴스재팬> 기자, <서프라이즈> 논객 김동렬씨 등 5명을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전 의원은 "10년 전 내 일본 경험을 직접 쓴 것"이라며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1심(2007년 7월)과 2심(2010년 1월)에서 모두 패소했다.
유씨는 전 의원이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패소하자 "제가 받은 피해는 1차 도작, 2차 소송, 3차 경제적 피해, 4차 정신적 피해 등 엄청나다"며 "전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법원이 <일본은 없다>의 표절을 확정함에 따라 전 의원은 유씨에게 수십억 원에 이르는 역소송을 당할 수도 있게 됐다.
전 의원이 KBS 동경특파원 시절 경험을 토대로 썼다는 <일본은 없다>는 지난 93년 11월 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일본의 대중문화와 천황제, 군사대국, 민족의식, 섹스산업, 음식문화 등을 흥미롭게 분석한 이 책은 팔린 부수만 100만 부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없다>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직후부터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신당인 '국민생각'으로 옮겨 비례대표 1번 후보로 3선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일본은 없다>의 표절까지 확정됨에 따라 그는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송호창 변호사(현 민주통합당 당선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 의원은 정치적 책임보다는 먼저 전도유망한 한 르포작가의 인생을 망가뜨린 것에 책임져야 한다"며 "유씨는 90년대 초반에는 도용으로 억울했는데 이후에는 7년여간 소송하느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일본은 없다>는 100만 부 이상 팔렸고, 전 의원을 대중적 작가와 정치인으로 올라서게 했다"며 "그런 점에서도 그렇고, 전 의원이 계속 글을 쓴다면 <일본은 없다>의 수많은 독자들에게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