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건국신화’ 역사에 편입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단군왕검 신화를 역사로 편입하고 고조선이 기원전 2000년쯤에 시작된 청동기 시대의 문화를 배경으로 성립됐다는 점을 고교 역사교과서에 명시한 것은 그동안의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는 신석기에서 청동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시기적으로 단절된 우리 역사의 간극을 메운다는 의미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민족의 기원을 분명히 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학계·정치권 등에서는 한반도 청동기 도입 시기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문대 이형구 교수(역사학과)는 2001년 진주 남강댐 수몰지구(진주 대평리 옥방 5지구)에 대한 총 928쪽의 방대한 발굴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이교수는 “남강지역의 유적연대는 대략 기원전 5~4세기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으나 기원전 14~13세기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 유적, 강릉 교동 주거지, 전남 순천 죽내리 유적 등에서도 탄소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15세기 내외라는 측정치가 나왔다. 이들 유적지에서는 청동기 전기의 유물인 공열토기와 이중구연토기, 단사선문토기 등이 공통적으로 출토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선, 춘천 등에서 기원전 2000년까지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덧띠새김무늬 토기가 발굴되기도 했다. 이교수는 “기존의 교과서에 있는 청동기 시대 역사는 중국, 일본 사람들이 쓴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며 “고조선 영역이었던 한반도 서북지역의 청동기 시대 개막은 여러가지 과학적인 증거로 보아 기원전 15세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는 고조선의 청동기 개막 시기를 기원전 2000년까지 끌어올렸는데 500년 정도의 차이는 한국이 중국·북한과 함께 학문적 교류와 연구를 통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본다”고 덧붙였다.

조유전 한국토지박물관장은 “자료를 비교 분석하고, 과학적 탄소동위원소 측정법이라든지, 중국의 청동기 시대와도 비교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청동기 시대 상향조정이) 구체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적인 탄소연대 측정치를 믿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기존 교과서엔 청동기 시대의 도입 시기에 대해 참고사항 형태로 “종래의 기원전 10세기에서 20~15세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번에 본문에 넣음으로써 청동기 시대 상향조정을 공식화한 의미가 있다.

학계 일각에선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이건무 용인대 교수는 “청동기 연대 문제는 지금도 연구가 진행중인 사안인데 학계의 충분한 검증없이 교과서에 싣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선근형·임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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