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도 이런 엉망 없다…최악 물난리 뒤에 국토부 숨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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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19. 오전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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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
"'부실 제방'으로 물난리 났는데도 댐만 흔드는 격"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 (사진=본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이번 홍수피해에는 하천 제방을 관리하는 국토부의 책임이 있는데도, 국토부는 책임을 지지않고 뒤에만 숨어 있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은 19일 <뉴스1>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최악의 물난리 사태의 책임이 국토부에도 있다고 힘줘서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물관리는 환경부와 국토부가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환경부는 댐 운영과 관리를, 국토부는 하천공사와 시설물 유지관리를 각각 맡고 있다.

집중호우로 섬진강댐·용담댐·합천댐 하류지역 홍수피해가 발생한 뒤 여론의 뭇매는 댐 관리를 맡은 환경부와 산하 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고스란히 맞고 있지만 실상 국토부의 하천 관리 책임도 크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수자원공사 댐 방류량 조절 실패?…"큰 문제 없어 보여"

박 회장은 먼저 수자원공사의 댐 방류량 조절 실패로 이번 홍수피해가 불거졌다는 지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일반인에 공개된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WAMIS·와미스)의 섬진강댐·용담댐·합천댐 초당 방류량이 최대방류량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댐에는 일정 수준이상 방류하면 안되게끔 최대방류량이 설정돼 있다. 댐이 무너지지 않도록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하류지역 범람이 안되게끔 설정해 놓은 수치다.

박 회장은 "문제는 수자원공사가 규정대로 댐을 운영했느냐다"라면서 "물론 수자원공사가 댐 방류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는 면밀히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썬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수자원공사가 댐 방류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댐에서 물을 내보내기 위해선 먼저 홍수통제소에 방류량을 제안한 뒤 홍수통제소의 허가를 받아야 방류할 수 있다.

◇국토부 맡은 하천 제방관리 '엉망'…침수 피해 불렀다

박 회장은 그보다는 국토부 소관의 하천 제방 관리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은 대한하천학회 차원에서 지난 8일부터 2주간 주말에 시간을 내어 별도로 제방 조사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섬진강 지류인 화개천과 서시천, 낙동강의 황강 지류와 낙민천 등 모두 물난리가 벌어진 곳이다.

그는 제방 관리를 두고 "엉망도 이런 엉망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이번에 홍수 피해 현장을 다녀본 결과, 지류의 제방이 높고 본류 제방이 낮아야 지류에서 넘친 물이 역류하지 않고 본류로 안전하게 흘러들어갈 수 있는데도 지류의 제방이 본류 제방보다 1~2m 더 낮았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물이 범람했다는 분석이다.

제방 관리 실패의 사례로 박 회장은 영산강 지류인 문평천 한내교를 들었다. 박 회장에 따르면 한내교의 교량 높이는 문평천 제방 높이에 비해 약 1.5m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결국 교량의 낮은 구간으로 물이 범람하면서 농경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섬진강을 가로 지르는 구문척교 역시 섬진강 제방고(평균해수면으로부터 제방 윗부분의 높이)에 비해 약 2m 정도 낮게 설치돼 있다. 이번 홍수 때 도로를 통해 물이 월류하면서 마을에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박 회장은 도로 높이를 높이거나 도로를 가로지르는 차수시설을 설치했다면 침수를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황강 지류 낙민천 두사교의 경우 교량 높이가 낙민천의 제방고보다 약 1.5m 낮았다. 이 곳에선 제방고가 낮은 교량 쪽으로부터 물이 넘치면서 농경지가 침수됐다.

경남 합천군에 위치한 낙민천 두사교의 모습. 우측에 사람이 서있는 지점이 낙민천 제방고로, 좌측의 교량보다 높다. 사진=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 제공. © 뉴스1

금강 지류인 봉황천과 조정천 합류지점에선 제방고가 부족해 물이 범람하면서 홍수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추가 홍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흙으로 임시 제방을 쌓아 놓은 상태다.

그는 집중호우에 붕괴된 섬진강 제방 역시 홍수로 인해 물이 넘친 월류가 아니라, 측방 침식에 의해 무너졌다는 의견을 냈다. 제방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방이 무너져 내렸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제방에서 높여야할 부분을 높이지 않았고 안전성 확보나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부실제방'으로 인해 물난리가 벌어졌는데도 댐만 흔드는 격"이라고 했다.

◇물관리 책임 한계 불명확…국토부·환경부 '책임 떠넘기기' 우려

앞서 박 회장은 이번 물난리 이전부터 '물관리 일원화'의 필요성을 줄곧 주장해왔다. 국토부가 쥐고 있는 하천 관리를 환경부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6월 열린 '물 관리 그린뉴딜' 토론회에서도 유역 물관리 정책은 환경부가 수립하지만 하천계획과 정비는 국토부가 따로 관리해 상호 연계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댐과 하천이 연결돼 있어 홍수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지만 관리 기관이 분절돼 있어 현장의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물 관리 책임 한계가 불명확하다보니 사고 발생시 양 부처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책임 떠넘기기' 우려가 있다고도 했었다.

박 회장은 이번 물난리 사태 이후 환경부와 국토부의 대처를 두고서도 "제방 관리에 있어선 국토부가 책임을 져야하지만 뒤에 숨어버렸다"며 "환경부 역시 말을 아끼며 책임 규명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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