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4_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
by Silla on 2020-02-09
3세기말에 잦았던 왜의 신라침략은 300년 양국이 사신을 교환한 이후 거의 사라졌다. 신라와 백제도 우호관계를 유지했고 366년 처음 외교관계를 튼 백제와 왜도 우호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신라, 백제 그리고 왜 사이의 관계는 391년까지 지속되었다.
한편, 고려는 중국의 정세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
316년 진나라(西晉)가 망했는데, 이미 311년 흉노족이 수도 뤄양을 약탈하고 황제를 죽이는 등 그 이전부터 중원을 통치할 능력을 상실하였다. 그러자 고려는 종주국이 사라진 낙랑과 대방을 313년과 314년에 각각 병합하였다.

337년 연나라(前燕)가 건국되자 고려는 수세에 몰리게 된다. 연나라의 침략은 339년부터 시작되었는데, 342년에는 환도성을 함락시키고 미천왕의 시신을 약탈한 다음 고국원왕의 어머니를 포로로 잡아갔다. 그 이후로도 연나라의 침략은 계속되었는데 마침내 고려는 연나라에 조공을 하고 책봉을 받았다.

370년 연나라는 망하게 되는데 그 이전인 367년부터 이미 국력이 크게 쇠퇴한 상태였다. 그러자 고려는 연나라의 압박에서 벗어난 때문인지 369년부터 백제를 침략하기 시작했다. 이후 백제와 고려는 자주 전쟁을 벌였는데 371년에는 고려의 고국원왕이 전사하는 등 대체로 백제가 우위에 있었다.

391년 왜가 백제와 손을 잡고 임나지역을 점령하였는데 이것은 뒤이어 일어나는 연쇄적인 사건들의 첫 출발점이었다.
백제의 힘이 남쪽으로 쏠린 틈을 타 고려는 백제의 북쪽 지역을 빼앗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백제는 수 년 간 고려를 공격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만다. 급기야 국력이 쇠진한 백제는 397년 왜에 인질을 보내어 기대게 되는데 이런 백제와 왜의 관계는 백제가 망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백제는 398년부터 고려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왜와 고려가 직접 충돌하게 되는데 400년 신라에 침입한 왜를 고려의 원정군이 격퇴하였고 왜는 404년 고려의 대방지역을 공격하였다. - 이 부분은 광개토왕릉비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편 신라는 왜가 백제와 손을 잡고 한반도에 진출하자 위기감을 느껴 392년 고려에 인질을 보내며 기대게 된다. 그러나 고려도 400년부터 연나라(後燕)와 열전에 돌입하게 되어 신라를 지원할 여유가 없어졌다. 급기야 신라는 402년 왜에도 인질을 보내게 되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405년부터 왜의 벌떼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요컨대 4세기의 한반도는 중국대륙과 일본열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시기였다.
(391년 이후만 놓고 본다면 요동과 일본의 대결구도에 한국이 휘둘린 시기였다.)
이것은 '한반도는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에 의해 크게 휘둘려 왔다.'는 반도사관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이나 낙랑의 위치가 한반도 내에 있었다는 주장을 반도사관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반도적 속성은 현대 한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자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분할하여 점령하고 1948년 남북에 각각 한국과 조선을 세웠다.
일본은 무장이 해체된 상태였고 중국에서는 1946년부터 1950년까지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 끝에 공산당이 대륙을 장악하고 국민당은 대만으로 쫓겨갔다.
당시 세계정세는 2차대전의 종전과 함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념대결로 전환되었는데 공산주의의 공세에 자본주의가 방어하는 형세였다.
그러는 와중에 한반도에서도 1950년 내전이 발생하여 1953년까지 지속되었다.
내전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리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해방, 분단 그리고 전쟁까지 어느 하나 외부의 힘에 휘둘리지 않은 것이 없었다.
4세기 후반의 상황보다 반도적 속성이 더 강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반도사관은 식민사관의 한 구성요소지만 한반도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아주 틀린 것이 아니다.

* 괴뢰?
신라의 실성은 392년 고려에 인질로 보내졌다가 401년 신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듬해 나물왕이 죽자 왕이 된다. 실성왕은 417년 고려인을 시켜 나물왕의 아들인 눌지를 제거하려했으나 고려인이 돌아서는 바람에 도리어 죽임을 당하고 눌지가 왕이 된다.
백제의 태자 전지는 397년 왜에 인질로 보내지는데 405년 아신왕이 죽자 왜의 병사 100인의 호위를 받으며 귀국하여 왕이 된다.
일조시대 한반도에는 토착적인 공산주의 운동이 있었는데 박헌영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자 소련군 장교 김일성이 새로 세워진 조선의 수장이 되고 박헌영은 나중에 처형된다.
일조시대 김구는 중국을 전전하며 오랫동안 임시정부를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자 미국에 살던 이승만이 귀국하여 새로 세워진 한국의 수장이 되고 김구도 나중에 암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