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대구교회·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중국 우한에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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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04. 오전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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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유전자 분석 결과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유전자 분석을 통해 올해 2월 유행했던 대구신천지교회 집단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냈다. 학술지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선공개 사이트에 게재된 논문에는 신천지 집단감염과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에서 유행한 바이러스가 같은 바이러스에서 각기 다른 변이를 일으켜 갈라진 바이러스라는 분석이 실렸다. 다만 질본은 두 집단감염 사이에 연관성은 없다는 결론을 재확인했다. 앞서 6월에도 질본은 두 집단에서 유행한 바이러스가 같은 바이러스형이지만 유전자 차이가 커 연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명국 질본 바이러스분석과장 연구팀은 신천지 집단감염 이번 환자 15명과 집단감염 초기 5일 사이 발생한 환자 37명, 이후 신천지 집단감염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추정된 14명의 바이러스 유전 서열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27일 논문 선공개 사이트 ‘리서치스퀘어’에 발표했다.

바이러스는 불안정한 RNA를 유전물질로 쓰다 보니 유전자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코로나19 환자 바이러스 유형과 변이를 추적하면 환자들 사이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다. 신천지와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을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는 V형이었던 반면 최근 전국에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GH형으로 다르다. 부산에서는 러시아 선박 집단감염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GR형인 것을 파악해 부산기계공고 집단감염이 이와 연관된 것을 찾아내기도 했다. 역학조사에서 찾아낼 수 없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보조수단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분석결과 신천지 대구 집단감염과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은 같은 바이러스에서 각자 한 차례씩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같은 조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신천지 대구 집단감염은 공통 조상 바이러스에서 RNA 5572번 분자를 구아닌(G)에서 티아민(T)으로 바꾼 ‘G5572T’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은 26681번 분자를 시토신(C)에서 T로 바꾼 C26681T 변이 바이러스가 퍼졌다.

연구팀은 두 집단감염의 초기 전파가 청도대남병원에서 같은 시기 시작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유로는 두 집단의 바이러스가 조상으로부터 변이가 한 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아 서로 가까운 편인 점과 이후 두 집단 내 환자가 다수 발생했음에도 조상으로 볼 만한 사례가 나타나지 않은 점을 들었다.

특히 청도대남병원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친형이 사망하기 전 치료를 받았고 사후 장례식이 진행된 곳이라는 데 주목했다. 병원이 외부와 차단된 환경이었는데 이때 많은 외부인이 오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진행된 유력한 신천지 신도의 장례식이 있었다”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한에서 온 교인들을 비롯한 외부인이 다수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을 담은 계통도다. 유전자 변이가 한 차례 일어날 때마다 조상으로부터 HD=1 만큼 옆으로 이동하게 된다. 계통도 끝에 붙은 숫자는 질병관리본부가 부여한 코로나19 환자 번호다.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과 경북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은 서로 같은 조상(빨간색 원)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천지 집단감염에서 처음 확인된 31번 환자 이전에 나온 환자들은 신천지 및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과 다른 변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리서치스퀘어 캡처
다만 논문에서도 언급됐듯 조상에 해당하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이 없어 두 집단감염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차례 변이가 각각 다른 곳에서 일어난 후 두 집단에 유입돼 감염됐을지, 조상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가 포함된 감염이 앞서 같은 공간에서 있었고 이 감염에서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가 두 집단으로 퍼졌을지는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질본도 현재로써는 두 집단감염이 연관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명국 과장은 "논문의 결론은 두 집단감염 사이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두 바이러스가 같은 조상을 공유한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이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입됐는지는 이번 연구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질본은 앞서도 두 집단감염이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한 차례 내린 적이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올해 6월 27일 충북 오송 질본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집단발병과 청도대남병원 발병 간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을 하고 있다”며 “같은 군이라고는 하지만 분석팀에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신천지를 중심으로 한 집단발병과 청도대남병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유전자 특성에 차이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집단감염의 기원은 중국 우한인 것으로 추적됐다. 두 집단에서 유행한 바이러스는 우한에서 처음 수집돼 1월 10일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중 유전자 정보가 공개된 ‘우한 hu-1’ 균주에서 G11083T, G26144T, C14805T 세 가지 변이를 일으킨 공통 특성이 있었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국제사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바이러스 유전체 정보를 공유하며 매일 코로나19 변이 동향을 감시 중인 국제기구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지사이드)에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가 등록되지 않은 것이다. 두 집단의 바이러스 공통 조상의 유전자 정보 또한 GISAID에서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조상의 조상에서 비밀이 풀렸다. 두 집단감염 바이러스의 조상의 조상인 바이러스 유전자가 올해 1월 23일 중국 우한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여행을 한 후 확진된 중국인 부부에게서 확인된 후 GISAID에 등록된 바이러스 유전자와 일치한 것이다. 이 부부는 이탈리아의 첫 코로나19 확진자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중국 우한이 대구와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의 발원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목했다.

※ 본 기사는 이달 2일 처음 작성할 당시 논문에서 지적한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과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의 초기 감염이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을 수 있다"는 내용에 근거해 두 집단감염 사이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질본 연구팀에서 "연구에서 내린 결론은 두 집단감염 사이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고, 청도대남병원 장례식은 집단감염이 우한에서 이어질 수 있는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밝혀와 이를 반영해 기사를 수정했습니다. 앞으로도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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