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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울 것도 없지만 조중동의 확대, 왜곡 기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제대로 붙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촛불집회에 대한 근거 없는 폄훼와 악의적인 기사에 대해 네티즌과 집회참가자들 모두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처지에서, 또 집회 초반 윤도현밴드(YB) 등 의식있는 가수들의 공연을 추진했던 입장에서, 이들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곧 나의 분노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효과적이며 합리적인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최근 조중동의 광고게재 여부로 인해 네티즌과 촛불시위 참가자들, 그리고 아고리언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농심의 경우를 보면 타깃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세를 불려온 여느 대기업과 달리, 그저 식품업 하나만으로 40년을 버텨온 농심이, 이렇게 대표적인 불매운동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광고, 연 2회가 전부... 문제 광고는 판매대행사가 게재

가장 먼저 <조선일보>에 광고를 했다는 사실부터 살펴 보자. 수많은 기업들이 <조선일보>에 광고를 했고 농심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농심은, 기업들 중 가장 광고를 하지 않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리만큼 신문광고에 인색한 기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일보>의 경우 연 1~2회 정도의 물량만을 집행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광고는 농심에서 집행한 것이 아니라 판매대행사에서 독단적으로 집행하여 농심에서는 그러한 광고가 게재되는 것조차 몰랐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선일보> 광고게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에게 "조선일보는 영원할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달았다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비칠 수도 있는 민감한 내용에, 서투른 판단으로 올려놓은 짧은 답변 하나가 마치 농심이 보수언론과 어떤 은밀한 관계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한 상담 직원의 실수로 인해 농심은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몇 차례의 사과나 담당 직원에 대한 징계, 징계 받은 담당 직원의 참회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농심 입장으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삼양 VS 농심, 조중동=농심의 구도는 맞는 것인가?

많은 네티즌들은 농심과 삼양을 대립시키고 조중동과 농심을 한데 묶으며 논쟁을 만들고 불매운동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물론 보수언론의 잘못된 현실인식과 악의적인 기사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들 혹은 시민사회가 가능한 방법을 찾아 그들을 압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전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정기업을 대상으로 타격(?)할 때는 무엇보다 진실에 기초하여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삼양과 농심에 대한 이야기들 중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삼양의 라면에서 너트가 나왔을 때 이 사건이 농심이 만들어 냈다는 설이 퍼졌다. 하지만 그것을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다. 너트를 신고했던 소비자도 농심과의 개연성이 전혀 없다. 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경쟁회사의 제품에 이물을 넣는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막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시장에서 상대적 우위에 서 있는 농심으로서는 굳이 치명적인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런 짓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더욱이 농심은 1989년 공업용 우지 사건 당시 삼양의 우지를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당시 농심은 영업직원들과 연구원들을 동원해 우지가 식품원료로서 적합하다는 사실을 홍보하였는데 이는 농심이 당시 삼양의 위기를 라면업계 전체의 위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농심과 삼양을 적대적인 관계로 설정한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는 그저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최근 네티즌들은 식약청으로부터 시정명령과 강제리콜까지 받은 삼양의 너트사건을 옹호하고, 아직 식약청에 계류 중인 농심의 벌레사건을 비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조선일보> 혹은 조중동과 농심에 관한 '설'은 더욱 황당한 것이 많다. <조선일보>와 농심의 친 인척설, 농심이 <조선일보>와 함께 삼양 죽이기를 계획하여 기획기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삼양의 너트는 <조선일보>가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농심의 벌레사건은 보도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도 사실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GMO, MSG. 나트륨... 농심에 대한 오해와 진실

농심과 관련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오해는 농심이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농심은 미국산 쇠고기를 라면을 포함한 어떠한 제품의 원료로도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사용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GMO문제에 있어서도 이미 2000년부터 'Non-GMO'원료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GMO분석시스템까지 갖추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GMO문제에 가장 철저하게 대응해왔다. 최근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한 'GMO FREE' 선언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상황 때문이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당장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분석시스템이나 기술적 장치도 없이 무조건 GMO FREE를 선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MSG(화학조미료)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농심은 국내에선 가장 먼저 MSG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기업으로 기록되어 있다. MSG의 위험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7년 2월부터 MSG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또 나트륨의 경우 대부분 기업들이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나트륨 함유량을 낮추는 데 급급한 상황인데 비해, 농심의 경우 생산되는 제품의 50%(총27종)에서 나트륨 함유량을 낮추는 것은 물론 자체연구 및 세계적 식품회사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대체재를 개발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보수언론들에 대한 시민들의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 이상의 왜곡을 막기 위해 그리고 정직한 언론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도 이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 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 그리고 선정된 대상을 대중들에게 설득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은 '진실'이다. 확인되지 않은 '설', 막연한 추측으로 잘못된 타깃을 설정한다면 그 과정에 있어서도 설득력을 잃게 되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기 어려워진다.

모쪼록 어렵게 불붙은 보수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헌신(?)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 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던 중 어느 날 농심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시 새우깡에는 새우가 들어가야지 딴 것이 들어가선 안 된다’는 글을 썼고, 그 글을 읽은 농심의 경영진이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수 있도록, 고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기획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농심의 고객안심캠페인을 자문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곤혹스럽다.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 등 진보적인 매체와 공동기획을 실행하고 있는 농심이 다른 신문도 아닌 조중동과 같이 놓이게 되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 글을 쓰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농심 불매운동도 삼양 구매운동도, 다른 무엇이라도 보수언론이 제대로 보도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단, 그것이 정확한 정보와 사실에 입각한 ‘운동’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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