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 女心’ 울리는 불법사채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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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알린다”위협… 신고 못해

나체사진 유포 등 성적 협박도

여성 직장인 A(26) 씨는 올해 초 전세 자금이 모자라 급한 마음에 무등록 대부업체에서 500만 원을 빌렸다.

정상적으로 돈을 갚던 A 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7월 말. 한 차례 돈을 연체하자 곧바로 사채업자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사채업자들은 그에게 “나체 사진을 찍어 직장에 뿌리겠다”고 협박하고 성추행까지 했다.

견디다 못한 A 씨는 최근 자살을 기도했다. 그는 “사채업자들에게 2억 원 넘게 줬지만 그들은 오히려 더 못살게 굴었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사채를 쓰는 서민이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여성 사채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

경찰청 ‘불법대부업 단속 통계’에 따르면 2006년 876명에 불과하던 적발 인원은 지난해 4836명으로 급증했고 올해 9월까지는 3711명에 이르고 있다. 전체 피해자가 급증하면서 여성 피해자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 ‘사금융 피해자 상담 건수 분석결과’를 보면, 여성 피해자들은 지난해 전체 466명 중 234명으로 남성 피해자들을 넘어섰다. 경찰도 “최근 사채로 인해 고소하는 사람 중 60%가량은 여성”이라고 전했다.

여성들은 사채업자에 의한 공갈, 협박 등에 취약하기 때문에 빚 독촉 과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 사채업자는 “세상 물정 잘 모르는 ‘만만한’ 여자들은 사채업자가 꼽는 ‘1등 먹잇감’”이라며 “젊은 여성에게는 직장에, 주부에게는 가족, 시부모 등에게 알린다고 위협하면 경찰에 신고도 잘 못한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여성 피해자 중 대다수는 마음 약한 20, 30대 젊은 여성이라 성폭행이나 자살 등 더 큰 위험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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