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분열 및 해체와 관련,“열린우리당은 국민에게 감동을 못 준 정도가 아니다”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을 우습게 본 것으로 당이 저렇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2일 방송되는 ‘CBS TV 개국 5주년 기념 특별대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킬 때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당시를 생각하면 매우 감동적”이라면서 “그런데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당을 깨고 나갔는데 결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범여권 통합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할 자격은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여당이건 야당이건 국민이 바라는 것은 양당제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야 현재 단일 정당이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당들은 궁극적으로 단일정당으로 가야되지 않나 싶다.국민의 바람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 당장에 단일 정당으로 하려면 지구당 문제도 있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며 “대선 후보를 중심에 세워 선거를 치른 뒤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단일 당을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차남 홍업 씨의 4·25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반대여론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나도 알고 있다.우리 자식들은 사실은 아버지 때문에 굉장한 불이익과 고통을 받았다”면서 “평생 고생을 하다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하는데 꼭 막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해 애틋한 부정(父情)을 드러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자식들은 (아버지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사업도 못했다”며 “대통령이 된 뒤에도 대통령의 자식이기 때문에 한 자리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로서는 자중하고 안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생을 그렇게 고생하다 기회를 얻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을 꼭 막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제안에 대해서는 “‘4년 중임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개헌을 하려면 좀 더 일찍했어야 했다.대통령 선거를 눈 앞에 두고 있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방향 근본 변경 움직임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민족사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후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나 몹시 걱정했지만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며 “그렇게 되면 정부도 대북정책을 하는 데 훨씬 짐이 가벼워지고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남북정상회담은 꼭 해야 하며,북핵 6자회담과 병행해서 한반도 불가침,남북 문화 및 경제교류 등 폭넓은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필요해서 대북특사를 보낸다면 국민앞에 공개하고 필요하면 야당과도 협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나설 단계는 아닌 것 같다.노 대통령의 의중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적격 아니겠나”면서 “대북 특사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갈 의향이 있지만, 지금은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73년 당시 발생한 자신의 납치사건과 관련 “한국과 일본 정부가 한 뼘 밖에 안되는 손으로 태양을 가리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공권력이 나를 납치했고,일본은 증거까지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적당히 정치적으로 타협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 정부가 이를 드러내려 해도 일본이 제동을 걸어온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갖고 국민적 감정에 호소해 선동을 했는데 그 선두에 선 것이 현 아베 신조 총리”라며 “지금은 당사자가 총리가 됐으니 이제는 납치문제가 해결 안되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식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