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묘를 지켜라” 현충원 긴장…보수단체 또 이장 촉구

경향닷컴 고영득기자

최근 일부 보수단체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 파헤치기’ 퍼포먼스를 기습적으로 벌인 이후 국립서울현충원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현충원에 따르면 묘소 훼손을 막기 위해 현충원은 김 전 대통령 묘역에 경비대원 두 명을 상주시키고 CCTV 2대를 설치하는 등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경비원과 함께 현충원 일반 직원들도 순찰조를 편성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은 아직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경향닷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은 아직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경향닷컴

현충원 입구는 여느때처럼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지만, 김 전 대통령 묘역이 가까워질수록 순찰차와 경찰, 무전기를 든 현충원 경비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실제로 파손하려는 사람들이 묘역 주변에 출몰해 경비원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현충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묘역 훼손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퍼포먼스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게끔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현충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모셔진 국가의 성역이며 모든 국민들이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참배하는 장소”라며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형법 160조는 분묘를 전체 또는 일부 파손한 행위에 대해 징역 5년 이하에 처하도록 돼있고 그 미수범도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김 전 대통령 묘역에는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다. 묘비와 상석, 추모비 등 ‘대통령 묘역’ 조성에 2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현충원은 묘에서 30m 가량 떨어진 곳에 임시 참배소를 마련했다.

임시 참배소에서 만난 시민 이모씨(40)는 보수단체의 시위에 대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면서 “그 노인분들이 독자적으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촛불 정국 이후 사회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진 것 같아 씁쓸하다” 덧붙였다.

앞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한·미우호증진협의회, 보수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150여명은 지난 10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를 파헤치겠다”며 현충원에 몰려왔다가 제지를 당하자 현충원 정문 앞에서 가묘를 만들어놓고 곡괭이와 낫으로 가묘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의 현충원 안장을 “친북세력의 알박기”라고 비난하면서 묘를 파내 망월동묘역으로 옮기라고 주장했다. 김모씨 등 시민 두 명은 현장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성명을 내고 “평생토록 빨갱이라는 거짓 허울에 아픔을 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마지막 영면의 자리마저 능욕을 당하시니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원통하고 노여움에 눈물이 난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시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일부 회원에 대해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민 폭행사건과 관련해 사진 및 동영상 채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는 18일 오후 현충원 정문 앞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지 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서명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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