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체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다.
역사를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간의 대립과 투쟁'으로 해석하는 관점과 역사를 '민족간의 대립과 투쟁'으로 해석하는 관점을 짜집기해서 괴상한 결론을 도출해 내고 있다.
인류사회의 구조를 민족간의 대립과 투쟁으로 보는 민족주의는 신분제가 철폐된 근대 이후에 생겨난 것이다.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존재하던 그 이전에는 인류사회가 계급대립의 구조였다. 그렇다면 신라의 한국통일에 대한 해석도 계급대립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한국통일에 이르는 과정은 한반도의 영토와 백성을 놓고 벌어진 여러 통치집단 사이의 거대한 먹이다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한국통일의 결과는 착취계급의 두 무리가 몰락함으로써 인민들의 부담이 줄어들었고 또 통치배들 사이의 다툼이 사라짐으로써 인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한국통일은 한반도의 역사를 크게 발전시킨 것이다.
내용은 비록 허접하지만 이 글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이 글에서 주장한 내용이 이후의 남북 역사학계에서 압도적인 흐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쓸 당시까지만 해도 김씨조선에서는 민족사의 정통성이 신라에 있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 글은
(1) 신라의 한국통일을 반민족적인 것으로 매도하고
(2) 고려를 정통으로 내세웠으며
(3) 발해를 민족사에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4) 왕씨고려의 신라왕조 교체를 진정한 민족통일로 평가하였다.
이 네 가지 주장은 현재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대세를 이루고 있는 역사인식이다.
이것은 매우 성공적인 역사정치의 한 사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