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촛불 과격화“좌절된 군중심리로 초래”..전문가들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6.26 18:28

수정 2014.11.07 00:55

25일 저녁부터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촛불 집회 과격화 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좌절된 군중 심리가 낳은 사태’로 분석했다.

그러나 진보, 보수 양쪽의 입장은 엇갈렸다.

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초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이던 시위가 장관고시 강행을 맞아 느낀 ‘현실 낭패감’이 과격한 행위를 발현시킨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초기 중고생들이 주도했던 시위대에서 이제는 깃발을 든 소위 ‘시위 전문가들’이 많이 보인다”며 “이처럼 주된 시위대의 연령·성향 변화가 과격화를 이끈 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위대가 수십일동안 촛불을 밝히며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고시 강행’이라고 느꼈다면 깊은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개인의 좌절감이 군중화되는 순간 폭력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촛불을 되살리기 위한 주최측의 의도된 기획 도발이라는 경찰 해석도 일부분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추가협상 등 정부의 노력으로 다수 시민들이 빠진 촛불집회에 반정부 노동단체들이 개입, 보여준 구태의연한 시위 양태가 과격화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24일과 25일의 촛불 시위 양상이 달라진 것은 일단 정부의 고시관보 게재 방침이 알려지면서 이에 자극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촛불집회 주최측의 의도된 기획 도발이라고는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심리학상 가운데 군중심리편에 보면 군중은 언제나 점점 더 과격화 폭력화 되는 성향을 갖는다고 정의돼 있는데, 지금까지 평화기조를 유지해온 촛불을 보며 정말 놀랐다”며 “어제의 상황은 아주 정상적인 시위 양태”라고 주장했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정부의 고시 강행 방침이 낳은 결과”라는 입장이며 이재교 자유주의연대 부대표는 “장관 고시가 좀 이르게 추진된 점은 있지만 꼭 그것 때문에 시위가 과격화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6월10일 이후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촛불의 규모로 인해 시위대들이 ‘촛불이 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연대 관계자도 “촛불이 사그라들어가는 것 같은 상황에서 또다른 집회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된 폭력 사태다. 대통령의 ‘엄정 대처’ 발언에 대한 의도적 도발이라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일 최대 70만명이 모였던 광화문앞 세종로 사거리에는 이후 집회 참가자들이 크게 줄어, 24일에는 경찰 추산 시민 수백명만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막아섰던 경찰 측의 판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은 시민들의 지지 이반과 동력을 잃어가는 촛불집회의 위기감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또다른 변수를 만들어내게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잇따른 국민대토론회에서도 확인 됐듯 섣부른 의제 확장이 쉽지 않음을 확인한 주최측이 강하게한 번 붙여 보자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대책회의는 평일이고 다른변수가 없었던데 비해 25일 집회 참가자 수가 늘었고, 과격 양상을 띈 것은 ‘정부의 고시 강행 의지’가 시민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전날의 시위는 24일에 비해 3만명이라는 많은 시민이 모였다.
이는 고시강행을 하겠다고 밝힌 정부의 방침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직적으로 싸우는 사람이면 우리가 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시민들은 우리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다”며 “경찰도 다친 사람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경찰의 방패에 맞아 다쳤다”고 주장했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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