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朴대통령, EAS서 "남중국해 비군사화 공약 준수해야"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 2015.11.22. park7691@newsis.com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KLCC)에서 개최된 제10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한국은 그간 여러 계기에 남중국해에서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분쟁은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함을 강조해 온 바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남중국해는 전 세계 에너지 교역량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주요 해상교통로이며 한국의 경우에도 원유 수입량의 90%, 수출입 물동량의 30% 이상이 이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게도 이해관계가 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에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세안 정상 등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나아가 비군사화 공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처음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미국이나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방미에서 남중국해에 조성한 인공섬을 군사적인 거점으로 삼을 의향이 없다고 약속한 사실을 미국에 재확인한 바 있는데 이같은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유관국들이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남중국해를 비군사화하겠다는 공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유관국간 공약이 잘 지켜져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남중국해의 비군사화와 관련한 중국의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미국 측에 다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DOC는 남중국해 분쟁 당사자인 아세안과 중국이 지난 2002년 체결한 것으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국제법 준수, 항해의 자유 보장, 군사훈련 사전 통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세안은 DOC의 구속력 있는 이행방안을 담은 '남중국해 행동수칙(COC)'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외에도 대다수 참석 정상들은 남중국해에서의 비군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는데 대다수의 정상들은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며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을 닫아 건 채 핵능력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며 "북핵문제 해결 없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북한이 안보리가 결의한 의무를 준수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EAS 회원국들이 한 목소리로 분명한 메시지를 계속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 2015.11.22. park7691@newsis.com
이에 다른 EAS 회원국 정상들도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에 "말리 바마코, 프랑스 파리, 레바논 베이루트, 터키 앙카라에서의 테러공격과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의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테러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면서 "이로 인해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그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EAS 회원국 정상들은 테러리즘과 극단적 폭력주의 등 안보 이슈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관한 성명 ▲글로벌 온건주의 운동에 관한 선언 ▲ICT 안보와 사용에 관한 성명 ▲유행 및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과 관련한 역내 보건안보 증진 성명 등을 채택했다.
이 가운데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 성명은 우리나라가 호주 및 말레이시아와 공동제안한 것이며 보건안보 증진 성명은 우리나라가 미국, 인도네시아와 주도해 채택된 것들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이번 성명은 폭력적 극단주의에 단호히 대응하고자 하는 우리 정상들의 단합된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늘 우리가 채택하는 성명은 테러를 없애고자 하는 정상들의 의지를 표현하는 중요한 문서"라고 평가했다.
보건안보 증진 성명에 대해서도 "이 성명 채택이 현재 개별국가, 지역,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보건안보 강화 노력을 조화롭게 조정하고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관련해 "연성안보 이슈에 관한 기능적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경성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EAS가 추구하는 전략적 논의와 기능협력의 두 방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며 "EAS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동북아 지역에서의 평화 및 안정을 위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려는 이니셔티브들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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