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범국민대회 “문재인 정부에 뒤통수···사드 배치 반대”···미 대사관 앞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이재덕·이유진 기자
15일 서울광장에서  ‘8·15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유진 기자

15일 서울광장에서 ‘8·15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유진 기자

“사드를 반대해. 우리는 사드를 반대해. 사드 배치 절대 반대해”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 경쾌한 리듬의 노래가 퍼졌다. 사람들이 노래에 맞춰 양손을 하나씩 들더니 손으로 ‘엑스’를 그렸다. 경북 성주에 배치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계획을 철회하라는 뜻이다.

15일 오후 주권회복과 한반도평화실현 8·15 범국민 평화행동 추진위원회(8·15추진위)가 주최하는 ‘8·15범국민대회’가 시청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비는 하루 종일 내렸다. 참석자들은 노랑, 파랑, 초록, 빨강 등 색색의 우의를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대회 직후 시작될 ‘미·일 대사관 인간 띠잇기’ 행사의 촛불우산 퍼포먼스를 위해 빨간 우산을 지닌 사람들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사드가고 평화오라’, ‘사드배치 철회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1만명(경찰 추산 6000명)이 모였다.

연단에 선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촛불 항쟁을 통해 부패하고 무능력한 권력, 주권과 평화를 내팽개친 권력을 심판했지만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서슴없이 말하고 우리 정부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어떠한 통로도 열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땅의 주권이 과연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전쟁이 나서 수천명이 죽어도 거기(한반도)서 죽는 것’이라고 말하는 패권적 한미동맹은 필요없다”며 “한반도 문제로서 제재 대신 협력정책으로 하루 빨리 정책을 전환하는 길이 평화를 선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 미국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라며 언론에 공개한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주최 측은 결의문에서 “한반도 방어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사드의 망령이 이 땅을 떠돌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한반도 사드 배치 강요를 중단하고, 문재인 정부는 전면재검토 공약에 따라 사드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사드 배치를 전면 철회하라”고 했다. 또 “미국의 입맛에 맞춰 일본 재무장과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뒷받침하고 한·미·일 동맹을 완성시키려는 의도 아래, 위안부 합의와 한일군사정보협정이 강행됐다”며 “위안부합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8·15범국민대회’에 참석한 김동기씨가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 이유진 기자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8·15범국민대회’에 참석한 김동기씨가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 이유진 기자

김천에서 온 김동기씨(51)는 “사드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냐에 따라서 우리나라 외교가 세계 평화의 외교 중심에 설 수 있느냐, 없느냐 시금석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에 바라는 것은 대통령 되기 전에 했던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다’는 말을 지켜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이상문씨(58)는 “성주에서는 문재인 정부만 탄생하면 사드를 반대하겠구나 생각했다”며 “우리는 뒤통수를 맞았고 매우 격양돼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창고에 있던 사드 4기도 마저 배치하겠다고 했는데, 우리 입장에선 일단 배치를 하게 되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8·15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이종남씨(40) 가족 | 이유진 기자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8·15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이종남씨(40) 가족 | 이유진 기자

대전에서 6살 아들과 함께 온 유병천씨(42)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를 더 확장해서 배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고, 많이 실망했다”면서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가장 피해를 볼 아이들과 여성들이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전쟁을 막아야 된다는 심정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이종남씨(40)는 “사드배치 자체가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응하는 것이고, 우리나라 안전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초반엔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뭘 하려는 것 같았는데, 이후에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한 김현종 같은 사람을 쓰는 것이나 최근 사드에 대응하는 방식 같은 것을 보면 처음 기대와 달라 많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8·15범국민대회’에 등장한 ‘전쟁무기 필요없다. 다 싸들고 나가라’는 현수막이 붙은 4.5t트럭. 이유진 기자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8·15범국민대회’에 등장한 ‘전쟁무기 필요없다. 다 싸들고 나가라’는 현수막이 붙은 4.5t트럭. 이유진 기자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 대사관 앞에 펼쳐진 현수막. 이유진 기자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 대사관 앞에 펼쳐진 현수막. 이유진 기자

참가자들은 오후 4시40분 대회를 마치고 미 대사관 앞으로 행진하면서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했다. ‘전쟁무기 필요없다. 다 싸들고 나가라’는 현수막을 붙인 4.5t트럭에는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행사장용 바람 인형과 전투기·항공모함 모형이 실려 있었다. 트럭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이 땅에 전쟁이 웬말이냐. 사드 가지고 당장 꺼져라”는 외침이 흘러나왔다. 풍물패가 풍악을 울리며 트럭을 뒤쫓았다.

경향신문 이유진 기자

행렬의 선두에 섰던 시민들은 미 대사관 앞에 도착해 ‘아리랑’을 불렀다.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한 행렬은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성조기가 그려진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에는 ‘STOP UFG(을지 프리덤 가디언·을지 훈련 중단), 전쟁선동 중단하고 전쟁연습 하지마라’고 썼다. 마침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광화문시민 광장음악회’ 리허설 중이었던 가수 전인권이 자신의 노래 ‘행진’을 불렀다.

이들은 미 대사관 앞 도로와 광화문 광장에서 ‘전쟁연습 막아내자’, ‘사드배치 막아내자’, ‘평화협정 체결하자’, ‘사드가고 평화오라’ 는 구호를 외쳤다. 8·15범국민대회를 주최한 8·15범국민평화행동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트럼프 미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인지 ‘인간띠 잇기’가 불허가 났다. 미국의 압력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앞서 8·15추진위는 8·15범국민대회가 끝난 직후 미국·일본 대사관을 집회 참가자로 에워싸는 ‘인간띠 잇기’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양 대사관 뒤편 행진을 금지하고 앞길 3차로로 통행하게 했다. 추진위는 ‘옥외집회 제한 통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지난 14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추진위는 이날 미·일 대사관 뒤편 행진을 포기하고 통행이 허가된 미국 대사관 앞길 3차로에서만 띠잇기 행사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어 미 대사관 앞에서 빨간 우산을 펼치는 ‘촛불 우산 퍼포먼스’를 벌인 뒤 오후 6시쯤 해산했다.

15일 서울 세종대로 미 대사관 앞에 ‘No War, No Trump’라고 적힌 트럭이 세워져 있다. | 이유진 기자

15일 서울 세종대로 미 대사관 앞에 ‘No War, No Trump’라고 적힌 트럭이 세워져 있다. | 이유진 기자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