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헬기 기관총 사격 ‘증거’ 또 나와

강현석 기자

탄약 기재 문서에 ‘항공대에 20㎜ 벌컨 실탄 1500발 지원’

정부 “없었다” 거짓말 드러나

[단독]헬기 기관총 사격 ‘증거’ 또 나와

경향신문이 확보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軍)의 실탄 사용 자료에는 ‘헬기 기관총 사격(기총소사)’을 유력하게 뒷받침하는 내용도 있다. 그동안 국방부의 “헬기사격은 없었다”는 주장이 또다시 거짓으로 확인된 것이다. 당시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의 일자별 ‘탄약 기재(記載)’ 문서에는 5월23일 항공대에 ‘20㎜ 벌컨’ 실탄 1500발을 지원한 것으로 기록(사진)돼 있다. 이 자료는 당시 광주에 투입된 각급 부대들을 지휘한 전교사가 날짜별로 각 부대에 지원한 실탄 종류와 수량을 기록해둔 공식 문서다.

당시 광주에 파견된 육군 헬기 중 20㎜ 벌컨 기관총을 사용한 기종은 일명 ‘코브라’로 불리는 공격헬기 ‘AH-1J’뿐이다. 군은 5월22일 광주에 육군 31항공단 소속 ‘AH-1J’ 2대를 내려보냈다. 당시 이 헬기를 몰고 광주에 출동했던 항공대대장 이모씨는 1995년 검찰 조사에서 “대당 500발씩 벌컨 실탄으로 무장한 채 광주로 내려갔다”라고 진술했다.

문서를 보면 군은 광주 도착 하루 뒤인 5월23일 항공대에 20㎜ 벌컨 실탄 1500발을 다시 공급했다. 출동 당시 가지고 온 실탄을 상당량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AH-1J’의 최대 실탄 적재량은 750발이어서 2대가 완전 무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5·18기념재단이 시민들이 5·18 당시 습득해 기증한 탄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한 결과 이 중 5점이 20㎜ 벌컨 탄피로 드러났다.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헬기는 ‘AH-1J’ 외에도 500-MD 12대, UH-1 11대 등 모두 31대에 달했다. 이들 헬기는 다양한 작전에 투입됐다. 전교사의 ‘광주소요사태 교훈집’에 따르면 헬기들의 총 비행시간은 827시간이었다. 병력공수가 288시간으로 가장 많았고, 지휘정찰 239시간, 화물공수 174시간, 선무활동 86시간 등이었다. 무력시위를 위해 40시간을 비행했다는 기록도 있다.

병력수송이나 화물공수 등이 불가능하고 공격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AH-1J’ 2대도 총 19시간을 비행했다. 전교사는 이후 당시 헬기작전의 문제점으로 “불확실한 표적에 공중사격 요청, 탄약의 높은 소모율”이라고 기록했다. 헬기에서의 기관총 사격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분명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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