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천황은) 조에서 ‘적신 등[등이라 함은 길비제군신(吉備弟君臣), 하내직(河內直) 등을 말한다.]이 신라에 왕래한 것은 짐의 본의가 아니다. 이전에 인기미(印支彌；이키미)^{주 001}

번역주 001)

許勢臣의 전임자로 여겨지는데 자세히 알 수 없다.

[잘 알 수 없다.]와 아로한기(阿鹵旱岐) ^{주 002}

번역주 002)

阿鹵가 인명인지 지명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가 있을 때 신라에 핍박당하여 백성들은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백제는 멀리 있어 위급함을 구원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적신 등이 신라와 왕래하면서 경작하고 있다는 것을 짐이 일찍이 들은 바 있다. 만약 임나를 세우면 이나사와 마도는 말할 것도 없이 저절로 물러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엎드려 이 조를 받고 나서 기쁨과 황송함이 교차했습니다. 그래서 신라가 조정을 속이는 것이지 천황의 칙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신라가 봄에 탁순을 침공해서 구례산(久禮山) ^{주 003}

번역주 003)

현재 경남 함안군의 칠원면 일대로 추정된다.

의 우리 수비병을 쫓아내고 마침내 점거해버렸습니다. 안라에 가까운 곳은 안라가 경작을 하고, 구례산에 가까운 곳은 신라가 경작을 하고 있습니다. 각각 자신들이 있는 곳을 경작하며 서로 침략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나사와 마도가 남의 경계를 넘어 경작을 하고 6월에 도망가 버렸습니다. 인기미 다음의 허세신(許勢臣；코세노오미)^{주 004}

번역주 004)

許勢氏는 巨勢氏로도 나오며, 姓은 臣이다. 『日本書紀』 흠명천황 원년 9월조 許勢臣稻持 참조.

의 때[『백제본기』에는 우리가 인기미를 머무르게 한 후에 온 기주신(旣酒臣；코세노오미)의 때에 이르러라고 한다. 모두 잘 알 수 없다.]에는 신라가 다시 남의 경계^{주 005}

번역주 005)

여기서 ‘남의 경계’란 안라와 신라의 경계로 안라의 영역을 이른다.

를 침략한 일이 없었습니다. 안라도 신라가 핍박하여 경작을 못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신이 일찍이 신라는 해마다 많은 병사와 무기를 모아서 안라와 하산(荷山) ^{주 006}

번역주 006)

현재 경북 고령군 斗谷面 荷山을 가리킨다. 두곡면은 낙동강 본류와 지류인 會川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을 습격하려고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은 가라를 습격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 사신이 왔습니다. 군사를 보내 임나를 지키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 날쌘 군사를 보내어 때맞춰 구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임나는 계절에 따라 경작하고, 신라는 감히 침략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제는 멀리 있어 위급함을 구원할 수 없어서 적신 등이 신라에 왕래하면서 경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상한 것은 천조(天朝)를 속이고 더욱 간계를 부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조차 천조를 속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허위가 반드시 많을 것입니다. 적신 등이 안라에 있으면 임나는 세우기 어려울 것입니다. 마땅히 속히 물러나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