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04-05 22:44 (토)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외부기고

장수가야와 반파가야

image
곽장근 군산대 교수

중국, 일본 문헌에 반파가 모두 등장한다. 일본 문헌에는 기문, 대사를 지키기 위해 백제와 3년 전쟁을 강행했고, 신라 변방에 참혹한 피해를 준 가야계 소국으로 나온다. 반파가 백제와 3년 전쟁을 치를 때 봉후(화)를 운영하여, 가야 봉화는 반파의 아이콘이자 정체성이다. 솔직히 가야 봉화가 발견되어야 반파 논의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봉화산이 가장 많은 곳이 전북 동부이다. 1990년대부터 군산대학교 고고학팀이 봉화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북 동부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 봉화는 120여 개소에 달한다. 전북가야는 전북 동부 가야 봉화망에 근거를 두고 만든 신조어이다. 봉화가 국가의 존재와 국가의 영역을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가야 봉화는 횃불로 변방의 정보를 중앙에 알리던 통신유적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 등장하는 아몬딘 봉화의 신호 방식과 흡사하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신호를 주고받던 조선 봉수의 신호체계와 다르다. 최근 전북 동부 봉화망의 역사성이 상당부분 검증됐고, 이를 근거로 봉화의 구조와 봉화로도 거의 복원됐다.

가야 봉화대의 구조가 파악됐다. 일단 산봉우리 정상부를 평탄하게 다듬고 길이 8m 내외의 봉화대를 만들었다. 봉화대는 깬돌을 이용하여 허튼층 쌓기로 쌓은 석축형으로 토축형, 암반형도 일부 확인된다. 봉화대 정상부에는 불을 피우던 한 개소의 봉화시설만 두어 다섯 개소를 둔 조선시대 봉수와 확연히 다르다.

가야 봉화의 핵심 내용은 최종 종착지이다. 모두 여덟 갈래로 복원된 가야 봉화로의 최종 종착지는 장수군 장계분지이다. 장수 봉화산 등 8개소의 봉화가 장계분지를 감시한다. 가야 봉화로가 실어온 모든 정보는 장수 삼봉리 산성에서 하나로 취합됐고, 그 내용은 산성 북쪽에 위치한 추정 왕궁 터에 보고됐던 것 같다.

가야 정치체의 존재가 고고학 자료로 입증됐다. 장수군 일원에는 봉분의 직경이 20m 내외되는 240여 기의 가야 중대형 고총이 밀집 분포되어 있다. 가야 고총은 봉분이 서로 붙은 연접분으로 장수가야의 독자성이 확인됐고, 목관에 사용된 꺽쇠도 나왔다. 지난해 장계분지 진산 성주산 동남쪽에서 추정 왕궁 터도 찾았다.

유물은 유적의 연대를 결정하는 열쇠이다. 임실 봉화산 등 10여 개소의 봉화에서 삼국시대 토기편만 나왔고,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출토되지 않았다. 더욱이 장수가야에서 직접 만든 가야토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장수 삼봉리 산성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도 6세기 전후로 문헌 및 고고학 자료와 일치한다. 전북 동부 가야 봉화망의 연대가 첨단과학으로 검증됐다.

전북 동부 봉화의 역사성이 고증되기 이전까지는 장수가야라는 임시 용어로 불렸다. 2020년 전북 동부에서 축적된 고고학 자료를 문헌에 접목시켜 장수가야를 반파가야로 비정했다. 지금도 가야 봉화의 역사성을 더 고증하기 위한 발굴조사와 제철유적을 찾는 지표조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전국에 봉화망을 구축하려면 국력이 실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일본열도를 포함하여 전북 동부 이외의 지역에서는 가야 봉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역사고고학은 문헌, 금석문을 고고학 자료에 접목시켜 역사시대를 연구한다. 문헌의 내용이 유적과 유물로 증명되면 학계의 논의가 시작되고, 이를 근거로 결론이 도출되는데, 그게 바로 반파가야이다. 단언컨대 반파가야는 문헌의 내용을 고고학 자료로 대부분 충족시켰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

△곽장근 교수는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장·전라북도 문화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수가야 #반파가야 #가야문화 #가야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