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나 중화인민공화국사라고 하면 대략 60여년이 된다. 그러나 한국사나 중국사라고 하면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우리가 가정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누구이고 보모님의 고향은 어디이며 형제자매들은 또 언제 태어났는가 하는 내력을 알아야 가정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듯이, 한 나라의 국민들도 자기 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국가공동체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다. 한 나라의 역사는 현재 그 나라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도 있을 것이고 또 그 영토 안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 영토가 아니지만 만주 벌판에서 벌어졌던 독립운동을 우리가 배우는 이유는 그들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기 때문이고 비록 우리 조상은 아니지만 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우리가 배우는 이유는 그들의 활동이 바로 우리의 영토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사나 중국사와 같은 국사는 그 범위가 매우 넓어지게 된다. 한국사 안에는 이씨조선사, 왕씨고려사, 신라사, 한민족사 등이 있을 것이고 중국사 안에는 청사, 명사, 한족사, 만주족사 등이 있을 것이다.
민족사는 한 민족이 생겨나서 성장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멸하는 과정까지의 역사를 말한다. 따라서 국사와는 전혀 별개의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오랜 기간 민족과 국가가 일치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구분에 혼동이 있다. 하나의 국사에는 여러 개의 민족사가 포함될 수 있고 하나의 민족사는 여러 개의 국사에 동시에 걸쳐져 있을 수 있다. 앞의 예로는 중국사 속에 한족사, 만주족사, 몽골족사 등이 포함되는 것을 들 수 있고 뒤의 예로는 몽골족사가 몽골국사와 중국사에 모두 걸쳐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한민족은 신라의 한국통일 이후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므로 민족사의 관점에서 엄밀히 말한다면 그 이전의 신라, 백제, 임나 그리고 삼한은 한민족사가 아니다. 한민족의 형성에 기여한 뿌리로서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통일 이전의 신라, 백제, 임나 그리고 삼한도 조선, 낙랑 그리고 고려와 함께 한국사에는 포함이 된다. 왜냐하면 그들의 활동이 바로 우리의 영토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편, 영토나 민족이 아닌 역사공동체 단위로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 더 깔끔할 때가 있다.
요동사의 경우가 바로 그러한데, 요하 이동의 역사는 분명 한국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국사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