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존재한다.
(1) 전령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을 천리마라 부르는 것과 같이 천리인이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을 거라는 추측이다.
즉, 천리인은 걷거나 뛰어서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사람들로서, 중요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삼국지에 고려인의 걸음이 매우 빨랐다고 되어있는 것과 연결지어지기도 한다.
(2) 짐꾼
먼 거리로 무거운 짐을 나를 수 있는 짐꾼이라는 추측이다.
고립되거나 험지에 있는 병사들에게 보급품을 전달하는 일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경우가 많은데, 천리인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삼국지에 고려가 옥저로부터 수탈한 물품을 천리나 되는 거리를 져나르게 했다고 되어 있는 것에서 비롯된 추측이다.
이러한 전령과 짐꾼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추측하는 데 있어서 송나라의 파발제나 이조의 역노비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파발에는 보체, 급각체 그리고 마체가 있었고 역노비에는 급주노비와 전운노비가 있었다. 보체는 걸어서, 급각체는 뛰어서, 마체는 말을 타고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급주노비는 뛰어서 정보를 전달하는 노비였고 전운노비는 물자를 수송하는 노비였다.
그 밖에도 이조에는 고을 간에 문서를 전달하는 보장사가 있었고, 지방의 권세가는 잘 달리는 사노비를 보유하여 신속하게 중앙과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데 몇 마리의 말과 열 명의 인력으로 한 나라의 전령 체계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보급품을 전달하기에는 열 명의 짐꾼이 수가 너무 적다. 따라서 고려가 바친 천리인은, 이조의 지방 권세가가 부리던 사노비처럼, 황제의 사적이거나 은밀한 용도로 쓰여졌을 것이다.
그런데 황제가 사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짐꾼을 쓸 일은 별로 없어 보이므로 천리인은 황제가 비밀리에 먼 거리의 정보를 얻거나 먼 거리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이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천리인의 신분은 어떠했을까?
외국에 보내지는 사람은 볼모나 결혼과 같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보내지는 사람과 장인, 노비, 미녀 그리고 악공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보내지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당연히 신분이 높아야 하겠지만 후자는 대체로 천한 신분이었다. 천리인의 신분이 어떠했는지는 기록에 없지만 이와 같은 경향에 의하면 천한 신분이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이조시대에도 먼 거리를 걷거나 달려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은 주로 노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