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헌녀 선발에서 제외된 네 부류는 다음과 같다.
(1) 종실의 친척
(2) 전조 왕씨
(3) 귀화인
(4) 국가에 관계되는 죄인의 딸
그 이유가 뭘까?
(1)은 왕족의 특권으로 해석할 수 있다.
(3)과 (4)는 진헌녀라 하더라도 황제를 모시는 여자인만큼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계층으로 범위를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2)는 어떤 배경일까?
이씨왕조는 왕씨고려를 비하하고 그 왕족들을 대부분 살해하는 등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1)과 같은 이유는 분명 아닐 것이다.
(2)의 배경으로 짐작되는 사례가 왕고때 있었다.
원(元)에 공녀로 간 여자가 황후가 되자 국내에 있던 그 오빠가 권세를 장악하고 국정을 농단한 일이었다.
세종도 혹시 그런 염려때문에 왕씨를 제외한 것이 아닐까?
만약 왕씨 여자가 明 황제로부터 총애를 받게 되면 그 힘을 이용하여 가문을 멸족시킨 이씨왕조에 대해 보복에 나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접근하면 (4)에서 구지 '국가에 관계되는 죄'로 범위를 한정한 이유도 설명이 된다.
귀화인 또한 한국과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인물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이씨왕조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진헌녀 선발에서 제외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은 여전히 특권으로밖에 해석이 안된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진헌녀를 바치는 일은 왕조의 안위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진헌녀 선발에서 종실의 친척을 제외하였으니 이씨왕조가 특권계층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여주기는 커녕 매우 파렴치한 지배세력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