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당신, 구속안되겠지? 다른 대통령들은 2000억원 넘게 챙기던데. 우린 80억원도 안되잖아요. 고생하는 아들에게 엄마가 돈 좀 보낸 건데. 지들은 자식없나. 지들은 돈 안받았어!
남자: 내가 판사출신 대통령이야! 고시보느라 당신에게 가족생계 떠맡긴 죄밖에 없다고. 15년 전 내가 쓴 책 <여보, 나 좀 도와줘>에 고생담이 나오잖소.
여자: 그래요. 당신 대통령될 때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로 동정표 좀 얻었잖아. 이번에도 내가 총대멜게요. 우리 그 돈 어디다 썼는지 끝까지 말하지 맙시다. 우리가 말 안해도 국민들이 다 알텐데 뭘….
남자: 걱정마. 내가 막무가내로 떼쓰는 초딩화법의 달인이잖아. 초지일관 당신이 돈 받아서 쓴 걸 몰랐다고 할테니까. 소나기만 피하자고. 국민들, 금방 잊어버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가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연극공연용으로 적어본 대사입니다.
‘빚꾸러기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검찰에 재소환된다지요. 아내로, 어머니로 가족의 중심을 잡아야 할 인물이 도덕적 중심을 잃고 말았습니다. 대통령이 그 ‘중심’을 내놓도록 했습니다. “저의 집(아내)에서 (돈을) 부탁하고 받았다”고 했습니다.
가족 모두를 품고 사는 어머니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남편들, 걸핏하면 아내 핑계를 댑니다. 젊을 때는 어머니에게, 결혼후에는 아내에게 기댑니다. 직장다니는 저도 일에 지쳐 퇴근할 때 살뜰하게 보살펴주는 ‘마누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내, 어머니… 가족을 지키는 그 힘은 측정불가입니다. 한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가족끼리 똘똘 뭉쳐야 살아남는 불황기일수록 어머니의 힘이 절실합니다. 어머니. 그처럼 원초적인 말도 없습니다. 놀랐을 때 ‘엄마’라고 외치지 않습니까. 가끔 아버지나 하느님을 찾는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엄마야’하고 놀랍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찾는 인간들입니다.
연극무대나 소설에서도 어머니는 영원한 화두입니다. 요즘 동국대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손숙의 어머니>는 전통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극중에서 어머니는 팔려가듯 시집가서 전쟁통에 자식을 잃고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속이 썩다가 평생 자기자신으로 살지 못한 한을 보여줍니다. 어머니에 대한 회한 때문일까요. 남성관객들이 많이 운답니다.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배우 박정자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도 어머니가 주인공입니다. 평생 어머니라는 이름의 무게에 눌려 한 번도 참된 자기를 살지 못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오는 14일 개봉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는 국민어머니 김혜자가 어머니역을 합니다. 나잇값을 못하는 어수룩한 아들 때문에 애를 태우는데, 결국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아들 때문에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어머니는 이 땅의 복잡한 시대를 살아내는 우리 어머니들입니다. 어머니들은 전쟁과 속박으로 얼룩진 우리 역사의 중심에서 아버지가 사라진 집을 지켜왔고, 모진 역사 속에서 아픈 현실을 다독이며 치열해지고 단단해졌습니다. 어머니의 삶은 언제나 어머니의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를 가슴에 품고 있는 가족 모두의 것입니다.
디지털 유목민 시대에 신(新)모계사회가 도래한 지 오래입니다. 행정고시 외무고시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고, 지난해 7개의 국가고시 수석을 여성들이 각각 차지했습니다. 여성천하가 될 것 같습니다. 현실은 어떻습니까. 전직 대통령뿐이 아닙니다. 가정이, 일터가, 사회가 어머니들을, 아내들을 핑계 대며 공공연한 피해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더 이상 피해자로 만들지 말라
가정의 달 5월. 혼돈의 시대에 어머니의 정신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가슴에 품었던 근원의 울림, 우리의 어머니를 새삼 기억합니다. 어머니. 나직이 부르면 괜히 가슴이 찡합니다. 어머니는 묵묵히 견디는 나무 같습니다. 슈퍼우먼이고 원더우먼입니다. 어릴 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안계시면 괜히 허전하고 심통나지 않았습니까. 그때의 ‘허전한’ 그리움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돌아볼 수 있는 5월의 날들이 옵니다.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과 부부의 날(21일)이 금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