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지명을 짓는 방법은 □襄, □壤 그리고 □原에서 보는 것처럼 훈차한 한자 □에 襄, 壤 또는 原를 붙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忽은 기존의 지명에 忽을 붙이는 방식으로 □는 음차인 경우가 많다.
彌鄒忽은 백제의 彌鄒城을 고려가 차지해서 개칭한 것이고 奈兮忽은 백제에 奈兮란 지명이 먼저 있고난 후 고려가 차지해서 忽을 붙인 것이다.
따라서 □忽에서 忽은 고려가 붙인 게 분명하지만 □는 고려어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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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夫里
삼국사기(1145)에는 夫里가 붙은 지명이 여럿 나온다. 거의 차현 이남 탄현 동쪽이고 왜나 고려에는 전혀 없으며 신라에는 古所夫里 밖에 없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이 夫里는 삼국지에 나오는 卑離와 발음과 지역이 비슷하므로 벌을 뜻하는 같은 말을 시대에 따라 달리 표기한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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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夫里 → 忽
마한의 卑離가 夫里로 바뀐 거라면 차현 이북의 옛 마한 지역에도 夫里라는 지명이 있어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475년에 고려가 이곳을 차지하면서 夫里를 모두 忽로 바꾼 듯하다.
백제는 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영토 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고려는 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영토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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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兮
兮는 내를 뜻하는 말인데 兮가 붙은 지명이 주로 차현과 죽령 이남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兮는 한국어가 분명하다.
그러나 고려가 자신의 영토 관념에 맞추어 夫里를 모두 忽로 바꾸었지만 고유 명사인 奈兮까지 바꿀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현과 죽령 이북의 지명 □忽에서 □는 고려어라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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