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의 기원
by Silla on 2022-09-06
❶ 사기(-91)에는 穢, 貉, 朝鮮, 眞番 그리고 臨屯이 나오지만 韓은 나오지 않는다. 한서(82)에도 朝鮮, 眞番, 辰國, 濊貉, 句驪 그리고 倭까지 나오지만 韓은 나오지 않는다.
韓은 삼국지(289)에 가서야 비로소 나타난다. 따라서 韓은 한서와 삼국지 사이의 시기에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
眞番은 반대로 사기와 한서에서 자주 거론되다 삼국지부터는 나타나지 않는다.
있던 땅이 없어지거나 없던 땅이 새로 생겨나지는 않을테니 眞番이 韓으로 불리게 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❷ 위만조선과 낙랑에는 韓氏가 있었는데 그 韓氏와 韓을 연결하는 이야기가 위략(265±)에 등장한다.
원래 조선은 기자의 후예인 韓氏가 다스리고 있었는데 연나라에서 망명해온 위만에게 쫓겨나 바다를 건너 韓王이 되었고 그래서 그곳을 韓이라 부른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195-년의 이야기인데 사기(-91)와 한서(82)에는 나오지 않고 300여년이나 지난 잠부론(163-)에서 처음 나타난다.

❸ 한나라는 -108년에 위만조선을 멸망시키고 한사군을 설치하였다.
韓王 이야기에 의하면 한나라가 위만 왕조를 정벌한 것은 기자의 후손으로부터 왕위를 탈취한 것을 응징하는 일이 되고 한사군을 설치한 것은 옛 주나라의 봉지를 회복하는 것이 된다.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라면, 한나라의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❹ 낙랑 주변의 추장들은 낙랑에 와서 인사를 하고 벼슬을 받고 돌아가 자신들의 권위를 높이는 데 썼다. 그것을 이용해 낙랑의 韓氏들이 韓王 이야기를 眞番과 辰國으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하고 나라 이름을 韓으로 바꾸도록 유도했을 수 있다. 그러려면 추장들에게 眞番이나 辰國 대신 韓이 들어간 벼슬을 내려주기만 하면 된다.
대조영이 처음에 나라를 세워 振國이라 했다가 당나라로부터 渤海郡王으로 책봉되자 국호를 渤海로 바꾼 사례와 비슷하다.

❺ 삼국지(289)에는 秦의 난리때 燕·齊·趙의 유민이 馬韓으로 오자 辰韓에 가서 살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韓이 한서(82)와 삼국지 사이의 시기에 생겨났다면 이 삼국지의 이야기에 나오는 馬韓과 辰韓은 사기(-91)와 한서에 나오는 眞番과 辰國으로 바꾸어야 어울린다. 여기서 眞番은 馬韓이 되고 辰國은 辰韓이 되었을 가능성이 생긴다.

❻ 한나라는 -108년에 위만조선을 멸하고 낙랑, 眞番, 임둔 그리고 현도군을 설치했다가 -82년에 임둔과 함께 眞番을 폐지하고 眞番 15현 중 7현만 낙랑에 소속시킨 바 있다. 그 후 204~220년에 공손씨가 낙랑의 둔유현 이남 7개 현을 떼어 대방군을 설치하였다. 이 대방 7현은 낙랑에 편입된 眞番 7현으로 보인다. 眞番의 나머지 8현은 245년의 분쟁에 나오는 辰韓(馬韓) 8국과 연결지을 수 있다.
임진강에서 차령까지의 지역이다.

❼ 마침내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낙랑에 합쳐지지 않고 빠진 眞番 8현을 되찾기 위해 낙랑은 韓王 이야기를 만들어 이곳을 韓이라 주입했다. 韓은 낙랑의 문물을 받아들이며 세력이 커져 辰國을 통합하고 辰韓이라 했다. 기존의 韓은 馬韓이라 하여 이 辰韓과 구별했다.'

❽ 삼국지(289)는 弁辰韓合 24개 나라를 소개하며 이 중 12개 나라가 월지국을 통치하는 辰王에게 소속되었다고 한다. 24개 나라 가운데 弁辰이 붙은 나라가 12개고 그렇지 않은 나라가 12개다. 弁辰이 붙지 않은 12개 나라를 辰韓으로 보면 辰王에게 소속된 나라는 이 辰韓 12개 나라가 되어 자연스럽다.
그런데 辰王은 辰韓에 있지 않고 마한인 월지국에 있다. 이는 월지국의 통치자를 辰王으로 삼아 통합된 辰國을 辰韓으로 관할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